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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스스로 선택한 가둠

"선택한 육체의 가둠, 온전한 영혼의 자유"  
스스로 선택한 가둠으로 자유를 얻는다. 

한국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은? 

 

한국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은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중모로 251-70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카르투시오 수도회는 프랑스에서 11세기 말 무렵에 생겨났는데, 당시 저명했던 성 브루노 교수가 오직 하느님 안에서 기도하고 생활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6명의 동료들과 함께 알프스 산악지대의 장소로 들어갑니다. 이들은 각자 독립된 거처에서 은수자의 삶을 살며, 미사를 드릴 때에는 성당에서 함께 기도드리게 됩니다. 

 이런 독수처와 공동체의 모습이 공존하는 카르투시오회는 먼저 유럽에서 서서히 퍼져 나갔으며, 20세기들어서는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생겨났으며, 한국에는 2004년 설립되게 됩니다. 

9개의 키워드로 알아보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침묵 

침묵은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엄격한 규율 중 하나입니다. 그들은 관상 생활(명상, 묵상, 침묵 등의 생활)을 기본으로 하기에 최대한 엄격한 기도생활을 통해 하느님과의 만남을 추구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는 수도승이기에 노동, 미사와 밤 기도, 맨 쌀밥만을 먹는 금식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수사는 '평수사'와 '봉쇄수사'로 나뉘는데, '평수사'는 청소, 농사 등의 노동을, '봉쇄 수사'는 고독 속에서 은수자의 삶을 삽니다. 

대화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안에서는 침묵의 규율을 따라야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바로 외국인 수사들입니다. 30분 동안  한국어 수업을 받으며, 규율을 지키기 위해 스톱워치를 활용합니다. 서툰 한국어에서 하느님을 향한 아기 같은 순수함이 담겨 나옵니다. 꼭 말로서 대화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진심은 말 너머를 통해서 느껴지니깐요. 

포기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에 입회한 순간부터 그들의 삶은 하느님의 것으로 봉헌됩니다. 가족과의 만남 역시 일 년에 이틀만 가능합니다. 수사들은 수도원 밖을 나갈 수 없기에, 가족들의 방문만이 가능합니다. 이때에도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엄격한 규율을 따라야 하는데, 식사시간에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삶이 하느님께 봉헌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요.  

구멍

수사님들의 작업복, 양말, 고무장갑 등은 온통 구멍나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기에 사소한 물건 하나도 허투루 버리지 않습니다. 비울수록 풍족해지는 수사님들의 무소유 정신과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의 마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육신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 바로 질병과 나이듦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은수자의 삶을 사시는 수사님들이지만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습니다.  육신의 고통 속에서도 이들은 그안에서 의미와 긍정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평수사님께서는 오히려 피부암에 걸렸지만 모든 것을 성모님께 의탁한 의연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파리 

한 여름 우리는 힘들게 하는 것이 파리와 모기입니다. 너무나도 성가셔, 모기와 파리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의 수사님들은 파리와 모기 역시 신의 피조물로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만들고 보살핀다는 생각에 이것들을 함부로 죽일 수 없습니다. 

공동체 

독립된 침묵의 관상생활을 하고 있는 수사님들이지만, 함께 구도 생활을 하고 계신 수사님들에 대한 형제애는 남다릅니다.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서로를 향한 우정과 사랑. 이런 정신이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을 이끌어가는 힘이라 생각됩니다. 

종신 

고등학교 때부터 하느님의 종이 되기를 바란 봉쇄수사가 계십니다. 놀랍게도 그분의 누나는 성가소비회의 수녀님이십니다. 성가복지병원에서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살고 계신 누나 수녀의 삶 역시 동생 봉쇄수사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쫒는 동생 수사님과 봉사 속에서 하느님을 찾는 누나 수녀님. 

구도자로 사는 것의 어려움을 아는 이들은 기도 속에서 응원합니다. 

세상 

하루만 지나도 많은 것이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쉽게 삶의 의미를 잊고 살아갑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소명은 무엇일까요? 

 

수사님들은 이 답을 얻기 위해 조급해하지 않습니다. 

침묵과 고독 안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수사님들의 구도의 여정이 존경스럽습니다.  

 

지금까지 9개의 키워드로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비울수록 더욱 풍족해지는 수사님들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울림이 아주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