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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 살아남은 자의 눈물 책 리뷰

 

6월은 서해 수호의 날이다. 어릴 때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시간이 되면 그저 딴생각을 하기 바빴던 것 같다. '나라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도 알지 못했고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체감이 되지 않는 어린이였으니깐. 

 

'아저씨'라 부르던 군인들이 이제는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다. 몇 해 전 늦둥이 동생이 군대에 갔다. 덥고 추운 날 훈련 받는다고 고생하고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군인들의 수고가 참으로 고마웠다. 아빠는 생활관을 둘러보고 예전에 비해 정말 정말 좋아졌다며, 군대가 아니라 캠핑장이네~ 라고 말했지만, 외부와 격리되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들지 공감 갔다. 

 

동생이 군대에 가니 모든 게 달리 보였다. 일단 tv에 나오는 군인들이 남일 같지 않았다. 입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무척 아팠던 때가 있었는데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제대로 된 치료를 해 주지 않았다. 결국 휴가 때 병원에 들러 20페이지가 넘는 의사 소견서를 첨부한 후에야 의무실에 있을 수 있었다. 의사들의 실력도 별로였고 무엇보다 치료해주려는 마음이 없는 게 더 문제 같았다. 

 

동생의 건강이 어느정도 괜찮아진 후 우리 집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그러다 tv를 보는데 <천안함>에 관한 뉴스가 나왔다. 아직까지도 진상규명이니 1번이니 이런 소리가 나왔다. 내가 잘 못 알았던 건가? 거의 10년이 다 돼가는 일인데 이게 아직까지 문제라고? 나무 위키에 들어가 다시 한번 읽어보았다. 어느 방송에서 어뢰에 의한 공격이 아니라 좌초라고 나와 문제가 된 것 같았다. 

 

쟁점은 1. 어뢰에 의한 공격인데 생존자들의 고막이 멀쩡하다. 2. 절단면이 어뢰에 의한 공격이 아닌 것 같다. 심지어 형광등까지 멀쩡하다. 3. 사망자들의 사망 원인은 대부분 익사였다. 

 

전문가들이 나와 근거를 덧붙였다. 정말 궁금했다. 그러게... 폭팔하면 고막이 터지고 불에 그을린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두 동강이 날 수 있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써칭을 하던 차에 천안함 생존자 전준영 씨가 쓴 책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펼친 순간 단숨에 집중해서 읽어 버렸다. 그리고 정말 힘들었겠다 공감이 되었다. 

 

나는 이석증으로 큰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완전하게 나았다고 생각할 순 없지만 심각할 때에는 진짜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너무너무 어지럽고 구토가 나오니 잠을 잘 수도 없었고 먹는 것도 힘들었다. 이때 어찌나 놀랐는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서 심전도까지 받았었다. 이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에도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웠다. 작은 벌레가 귀 주변을 스쳐 지나갈 때에도 나는 주저앉아 버렸다. 이렇듯 예상치 못한 어떤 사건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전준영 씨가 어뢰 공격을 받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난 지 모른 채, 어두컴컴하고 기울어진 선체를 벗어나는 구절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기울어진 선체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한 배에서 동고동락하던 사람들이 단 몇 분 사이에 주위에 없다는 사실 또한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위로와 치료를 받아야 할 생존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진영 논리로 똘똘 뭉친 이들의 비난과 같은 해군의 손가락질이었다. 

 

예전에 전쟁 기념관을 간적이 있었다. 궁금한 점이 있어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태도가 가관이었다. 누구보다 보훈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이를 알려야 하는 포지션임에도 태도가 저러니 욕을 먹는구나 단번에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아직도 그 직원의 이름을 묻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훈을 논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이해가 된다. 

 

천안함 당시 이야기에 관한 자세한 건 책에 나와있다. 정말 책을 읽기 잘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같은 생존병들을 감싸안기 시작했단 것이다. 힘들겠지만 분명 몸과 마음을 모두 추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경험한 만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 또한 같은 생존병들 뿐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된 쟁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들이 책에 모두 나와있으니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생존병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